유아 휴게실(모유 수유실)에 왜 남자가?

리뷰 2012. 9. 3. 00:39 Posted by 별이그림자

제 딸이 19개월이라서 대형마트를 갈 때에는 종종 유아휴게실을 들립니다. 유아휴게실은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편안한 공간이죠. 당연히 남자는 출입금지구역이라 저는 아내와 딸이 유아휴게실에 들어가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황당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바로 남자가 유아휴게실을 들어갈려고 하는 것이죠. 저나 아주머니분들은 그런 장면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바로 큰 목소리로 쫓아 버립니다. 그리고는 유아휴게실이 화장실 가는 길목에 있어서 그냥 실수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 창원 롯데마트의 유아휴게실 입구

 

한 번은 돌이 안 된 유아를 안고 있는 여자분이, 2살 정도 되는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있는 남편을 데리고 유아휴게실을 들어갈려고 하더군요. 남편분은 유아휴게실에 남자는 출입금지라는 것을 아는 듯이 유아휴게실 앞에서 멈췄는데 아내가 큰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하니 들어가지도 못 하고 주춤주춤..


순간 저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고 한 마디 하기 전에 아주머니 한 분이 버럭~ 나가요 나가~! 하며 그 남편분을 쫓아 버렸습니다.

 

유아휴게실에서는 모유수유 중인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유아휴게실을 자주 이용하는 여자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던 어느날 아내와 딸은 유아휴게실을 들어가고 저도 잠시 화장실을 들렀다가 왔는데 왠 남자가 몸을 움추리고 조심스레 유아휴게실 미닫이문을 열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놀래서 이봐! 뭐해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거긴 남자출입금지구역인데 왜 들어갈려고 해요? 한소리 더 했죠. 그 남자는 바나나 하나를 보여주며 바나나를 씻으러 잠시 들어갈려고 했는데 자기보고 왜 화를 내냐고 하더군요.


마침 그때 아내도 유아휴게실에서 나왔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와 한바탕 실랑이를 했습니다. 그 남자는 다른 남자들이 유아휴게실에서 싱크대를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자기도 들어갈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자기가 무슨 잘못이 있냐고 대들더군요. 하지만 주변에 눈도 많고 저와 아내가 같이 남자출입금지 표지판을 가르키며 화를 내자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매번 이렇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도 검색해보고 국민신문고에 유아휴게실에 남자가 들어간 경우 처벌규정이 있는지 문의를 했습니다.

 

문의를 한지 며칠되지 않아 형사분께서 전화를 줬습니다. 유아휴게실 입구에 남자출입금지 표지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그런 곳에 남자가 들어가는 경우 불법적인 목적이 있었으면 불법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런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경찰서로 연락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또 그런 사람을 본다고 하더라도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턴 법조항을 외워주며 경고를 해야겠죠.

 

경범죄처벌법 제1조 (경범죄의 종류)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
9. (무단출입)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나 시설 또는 장소에 정당한 이유없이 들어간 사람

 

유아휴게실은 유아와 여성분들을 위해 보호해야할 작은 공간입니다. 당연한 것이 지켜지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