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忘却)은 신이 준 축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게 되죠. 그중에서 정말 강하게 느끼는 것은 슬픔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사랑이 가슴 아프게 깨진 추억,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억.. 이런 아픔을 계속 느끼고 간직한다면 과연 그 사람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 못 견뎌서 자살하거나 어둠 속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괴롭고 지겨웠던 군대생활도 지나고 나선 웃고 재미난 추억으로 넘길 수 있는 건 망각이 가져다준 행복이죠. 하지만 반대로 남기고 싶은, 사랑하는 기억까지도 사라집니다.

 

물론 기억력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죠.

 

 

 

 

저는 어릴적 슬픈 일들이 많아서 스스로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부분을 잊고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재를 살자. 과거일을 생각하며 후회하지 말자고 계속 되뇌였었죠. 그러다보니 괴로운 눈물은 줄었지만, 어느 순간 지나간 예전 일들을 되새겨보니 정말 남은게 얼마없더군요.

 

 

 

 

6살 때 잠시, 초등학교 때 단편적인 내용들 조금, 중고등학교 때에는 아예 남은게 없습니다.

 

내가 정말 그런 생활을 했던건지도 의심이 갈 정도.. 예전에 스스로 로봇인지 모르던 인조인간이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인조인간임을 깨닫게 되는 SF영화를 봤었는데 나도 혹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0대가 넘어, 40까지 정상인처럼 느끼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되짚어보니 앨범사진 외에 것은 20대, 30대 경험도 대부분 사라졌더군요.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아무리 떠올릴려고 애를 써도 잔재처럼 막연한 느낌만 뿌옇게..

 

 

 

다른 이들보다 긍정적이고 행복하다고 느껴왔었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정말 슬프네요.

 

하지만 이런 슬픔도 몇달 지나지 않아 또 망각 속으로 사라지겠죠. 앞으로는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은 더 오래 남도록 더 많은 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